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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OR NOTE

해고라는 한 문장을 받은 뒤

해고.

두 글자뿐인 말인데,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게는 꽤 긴 시간이 시작됩니다.

내일부터 어디로 출근해야 하는지, 다음 달 월급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족에게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노무사로 일하면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왜 저만 해고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회사가 참 냉정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혀 다른 시간이 보이기도 합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됐고, 몇 차례 면담도 했고, 동료들의 불만도 오래 쌓여 있었다고 합니다. 반대로 회사는 “문제가 많은 직원이었다”고 말하지만 기록을 아무리 살펴봐도 제대로 된 경고나 개선의 기회를 준 적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서 사건을 기억한다는 것을.

그래서 해고 사건에서는 어느 한쪽의 이야기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근로자가 억울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모든 해고가 부당한 것은 아니고, 회사가 많은 자료를 제출했다고 해서 모든 해고가 정당한 것도 아닙니다.

회사는 사람을 고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대로 내보낼 수 없고, 근로자 역시 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해고 사건을 오래 들여다보다 보니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해고의 날짜는 하나인데, 그 관계가 끝난 날짜는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해고통지서에는 분명 하나의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근로자에게 회사가 끝난 날은 그 통지서를 받은 바로 그날일 수 있습니다.

어제까지 평소처럼 출근했고, 내일도 같은 자리에 앉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더 이상 함께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은 날.

반면 회사에게 그 관계는 몇 달 전부터 이미 끝나가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됐던 날, 몇 번째 경고에도 달라지지 않았던 날, 누군가 결국 “이제는 어렵겠습니다”라고 말했던 날.

그래서 근로자는 말합니다.

“저는 갑자기 해고됐습니다.”

회사는 말합니다.

“갑자기가 아닙니다. 정말 오래 기다렸습니다.”

둘은 같은 사건을 겪었지만, 같은 시간을 살았던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반대의 사건도 있습니다.

회사는 오래전부터 그 직원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기록을 살펴보면 관리자들끼리는 수없이 문제를 이야기했으면서, 정작 당사자에게는 제대로 말해준 적이 없습니다.

일을 못한다고 평가하면서 무엇을 못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하면서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건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람에게 실패를 통보하기 전에,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알려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해고 전의 경고와 면담, 평가와 개선기회는 단순히 분쟁에 대비해 쌓아두는 서류가 아닙니다.

어쩌면 서로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는 두 사람의 시계를 맞추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회사는 이미 관계의 끝에 서 있는데 근로자만 아직 한가운데에 있다면, 그 마지막은 필연적으로 갑작스럽고 잔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모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몇 번의 기회에도 달라지지 않는 사람이 있고, 한 사람의 문제를 오래 미루는 동안 다른 직원들이 대신 지쳐가는 조직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해고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관계를 끝낼 권한이 있다는 것과 사람을 아무렇게나 내보내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끝내야 한다면 왜 끝내는지 설명하고, 고칠 수 있는 일이라면 고칠 기회를 주고, 끝내기로 결정했다면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것.

좋은 인사관리란 모든 사람을 끝까지 붙잡아두는 기술이 아니라, 어쩌면 관계가 끝나야 할 때조차 서로가 너무 다른 날짜에 서 있지 않게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말해주고,
기회가 있다면 알려주고,
끝내야 한다면 이유를 숨기지 않는 것.

모든 근로관계가 아름답게 끝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마지막 순간만큼은 한 사람의 지난 시간을 모욕하지 않는 것.

관계가 끝나는 순간에도 서로를 함부로 만들지 않는 것.

어쩌면 노동법이 해고라는 차가운 결정에 여러 절차를 붙여놓은 이유도, 그 마지막 선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